매출은 늘었지만, 오래갈 수 없는 사업이었습니다 [OUR K STORY #12]
OUR K STORY #12
지난 이야기에서는 미국 백화점과 아울렛을 직접 돌아다니며 미제다를 운영했던 이야기를 들려드렸습니다.
주문이 하나둘 늘어나기 시작했고, 한국에서 "미국 물건을 잘 구해주는 곳"이라는 입소문도 조금씩 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만 해도 저는 사업이 잘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상한 점이 하나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매출은 늘어나는데 제 삶은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었습니다.
당시 미제다는 의류와 신발, 가방, 액세서리 등을 판매하는 종합 쇼핑몰이었습니다.
옷은 시즌이 바뀌면 상품도 바뀌었습니다.
며칠 전에 등록한 상품이 금방 품절되기도 했고, 새로운 제품이 나오면 다시 백화점과 아울렛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상품을 등록해야 했습니다.
주문이 들어오면 다시 매장으로 가서 물건을 구입하고, 집으로 돌아와 검수하고 포장한 뒤 한국으로 보내야 했습니다.
사이즈와 색상 때문에 교환과 반품도 적지 않았고, 배송비를 조금만 잘못 계산해도 남는 것이 거의 없었습니다.
주문이 많아질수록 일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많아졌습니다.
그때의 저는 그것이 당연한 줄 알았습니다.
사업은 원래 힘든 것이라고 생각했고, 더 열심히 뛰면 더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때의 저는 사업을 키우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제 시간을 계속 팔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당시에는 그런 장사의 한계를 알지 못했습니다.
사업에 매달린 사이, 아이들은 혼자 버티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는 시간만큼은 집에 있으려고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몸만 집에 있었을 뿐이었습니다.
컴퓨터 앞에서 주문을 확인하고, 고객 문의를 답하고, 상품을 등록하는 일이 먼저였습니다.
저는 아이들이 미국 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는 줄만 알았습니다.
하지만 나중에서야 딸에게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영어가 서툴러 함께 점심을 먹을 친구가 없었던 딸은 학교 화장실에서 혼자 도시락을 먹었던 적이 있다고 했습니다.
학교에 간다고 집을 나섰다가 학교에 가지 않고 근처 세리토스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내다 하교 시간에 맞춰 집으로 돌아온 적도 있었다고 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저는 아이들을 위해 사업을 한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아이들이 어떤 하루를 보내고 있는지는 모르고 있었던 것입니다.
다행히 딸을 많이 아껴 주시는 선생님이 계셨습니다.
집에서 직접 만들어 오신 스파게티를 나누어 주시고, 낯선 환경에서 힘들어하던 아이를 따뜻하게 보살펴 주셨다고 합니다.
그 선생님께는 지금도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들은 축구부 활동을 하며 친구들과 어울렸고 영어도 빠르게 익혀 갔습니다.
저는 아이들이 잘 적응하고 있다고 믿었고, 좋은 대학에 보내고 싶은 마음에 SAT 학원도 보내고, 딸은 한국에서 다섯 살부터 배우던 피아노를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개인 레슨도 시켰습니다.
하지만 레슨을 받으며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딸은 어느 날 얼굴 전체에 여드름이 심하게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아이의 마음을 먼저 살피기보다, 당시 한인들 사이에서 유명했던 비버리힐스의 '고운세상' 피부과를 찾아가 치료를 받게 했습니다.
그때의 저는 돈을 많이 벌어 좋은 학원과 좋은 치료를 해 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돌아보니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했던 것은 비싼 학원이나 피부 관리가 아니라, 부모의 세심한 관심과 사랑이 담긴 대화와 지도였습니다.
친정엄마가 오시면서 우리들은 마음에 안정을 찾았습니다.
일과 가정 사이에서 한계에 다다를 무렵, 한국에 혼자 계시던 친정엄마를 미국으로 모시게 되었습니다.
엄마는 미국 생활을 무척 좋아하셨고, 생각보다 훨씬 잘 적응하셨습니다.
특히 마당의 감나무와 오렌지나무에서 직접 감과 오렌지를 따 드시는 것을 무척 좋아하셨습니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달라졌습니다.
학교에서 돌아왔을 때 따뜻하게 맞아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의 마음은 조금씩 안정되기 시작했습니다.
저 역시 아이들 걱정을 덜고 마음의 위로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근본적인 해결이 아니었습니다.
엄마가 계셨기에 힘든 시간을 잠시 버틸 수 있었을 뿐이었습니다.
엄마를 조금 더 곁에 모시고 싶었습니다
엄마와 함께한 시간은 저희 가족에게 참 따뜻하고 소중했습니다.
그러나 어느덧 엄마에게 허가된 미국 체류 기간이 끝나갈 때가 되었습니다.
당시 엄마는 이미 연세가 있으셨고, 기억력도 조금씩 약해지고 있었습니다.
저는 깊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이 먼 미국까지 오시는 것도 힘드셨는데, 더 나이가 드시면 긴 비행기를 다시 타실 수 있을까.’
‘언니네 집에 있으신 것보다 가장 이뻐하시는 막내딸과 손자들 곁에 계시는 것이 낫지 않을까.’
엄마를 다시 긴 비행기에 태워 한국으로 보내는 것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조금이라도 더 곁에 모시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결국 체류 문제를 제대로 정리하지 못한 채 엄마를 미국에 더 모시게 되었고, 그렇게 약 2년을 더 함께 지냈습니다.
엄마와 함께한 시간은 너무나 소중했지만, 체류 기한을 넘기면서 엄마는 서류상 불법체류 상태가 되었습니다.
혹시라도 아프시면 어떻게 해야 할지, 무슨 일이 생기지는 않을지 늘 마음 한구석이 무거웠습니다.
결국 엄마를 다시 한국으로 보내드렸습니다.
그 시절 저희 가족은 겉으로는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었지만, 각자 말하지 못한 걱정과 부담을 안고 버티고 있었습니다.
이대로는 평생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는 '사업 시스템'이라는 말도 몰랐습니다.
그저 한 가지 생각만 했습니다.
'이렇게는 평생 못 하겠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일은 줄지 않았습니다.
주문이 늘면 더 많이 뛰어야 했고, 상품은 계속 바뀌었으며,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은 점점 줄어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새로운 상품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찾던 상품의 조건은 단순했습니다.
작아야 했습니다.
가벼워야 했습니다.
배송하기 편해야 했습니다.
반품이 적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한 번 등록하면 유행을 타지 않고 오래 판매할 수 있어야 했습니다.
그때는 단지 제 몸이 버틸 수 있는 사업을 찾고 싶었을 뿐입니다.
지금 돌아보니 저는 상품을 바꾸려 했던 것이 아니라, 제 사업 방식을 바꾸기 시작했던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결정적으로 그 무렵 시장도 빠르게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해외구매대행 관련 제도와 시장 환경이 바뀌면서 미국 원사이트의 판매가격을 함께 공개하는 방식이 확산됐고, 위즈위드 같은 대형 업체들도 빠르게 새로운 시스템으로 전환하고 있었습니다.
원가가 그대로 공개되기 시작하자 가격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고, 기존처럼 마진을 남기기도 점점 어려워졌습니다.
저도 같은 시스템을 만들 수 있는지 홈페이지 제작업체에 문의했지만, 당시에는 개인 쇼핑몰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답을 들었습니다.
몸은 이미 지칠 대로 지쳐 있었고, 시장의 방식까지 대기업 중심으로 바뀌고 있었습니다. 이대로 의류와 신발 구매대행만 계속해서는 오래 버틸 수 없겠다는 사실이 명확해졌습니다.
그렇게 막다른 길목에서 밤낮으로 고민하던 끝에, 마침내 제 눈에 들어온 것이 바로 '시계'였습니다. 그 작은 선택이 미제다를 완전히 새로운 병행수입의 길로 이끌게 될 줄은, 그때는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몸은 이미 지칠 대로 지쳐 있었고, 해외구매대행 시장도 빠르게 변하고 있었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의류와 신발 구매대행만으로는 오래 버틸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막다른 길에 선 심정으로 밤낮없이 고민했습니다.
그렇게 제 눈에 들어온 것이 바로 시계였습니다.
하지만 그 작은 선택이 미제다를 구매대행에서 병행수입으로 이끌고, 제 사업 인생을 완전히 바꾸게 될 줄은 그때는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창업노트 #12
사업을 하며 깨달은 중요한 사실이 있습니다. 열심히 뛰어서 버는 돈과 사업이 성장해서 들어오는 돈은 전혀 다릅니다.
내 시간과 체력을 계속 갈아 넣어야만 유지되는 사업은 결국 한계에 다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몸이 지치면 삶도, 가족과의 소중한 일상도 함께 무너지기 때문입니다.
좋은 사업은 내가 더 오래 일해야 하는 구조가 아니라, 내가 없어도 돌아갈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시간이 지나도 반복해서 운영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입니다.
다음 이야기
미제다에서 수많은 상품을 판매하던 중, 유독 잘 팔리고 마진도 좋았던 상품이 바로 시계였습니다.
하지만 그 작은 시계 하나가 제 인생을 바꾸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오리지날워치', 예상치 못한 폭발적인 성장, 그리고 그 뒤에 기다리고 있던 세관과 관세의 벽까지….
다음 이야기에서는 제가 왜 시계 사업에 뛰어들게 되었는지, 그리고 구매대행에서 병행수입으로 사업의 방향을 완전히 바꾸게 된 과정을 들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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