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변화가 만든 기회, 병행수입 오리지날워치의 탄생 [OUR K STORY #13]

OUR K STORY #13

지난 이야기에서는 의류와 신발 중심의 해외구매대행 사업의 한계를 느끼고 새로운 아이템으로 시계를 선택하게 된 과정을 들려드렸습니다.

당시에는 단순히 상품을 바꾸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저는 상품 하나를 바꾼 것이 아니라 사업의 방향을 바꾸고 있었습니다.


병행수입이라는 거대한 시장이 열리다

돌이켜보면 제 사업 인생은 참 신기했습니다.

운이었는지, 시대를 읽는 감각이었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저는 늘 새로운 시장이 막 성장하기 시작하는 시기에 그 안으로 들어가 있었습니다.

인터넷 쇼핑이 시작되던 초창기에 종로의료기를 시작했고,

해외구매대행이 막 알려지기 시작할 무렵 미*다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2010년 전후.

대한민국에는 또 하나의 거대한 시장이 열리고 있었습니다.

바로 병행수입 시계 시장이었습니다.

당시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정식수입 시계는 정말 비쌌습니다.

반면 병행수입 시계는 유통 경로만 다를 뿐 같은 정품이면서 가격은 훨씬 저렴했습니다.

소비자들도 그 사실을 알기 시작했고 병행수입 시계는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저는 또 한 번 시장이 커지기 시작하는 가장 좋은 시기에 그 한가운데에 있었던 것입니다.


고객들이 가장 걱정한 것은 '가짜'였습니다

하지만 시장이 커진다고 누구나 성공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인터넷으로 수십만 원, 수백만 원짜리 시계를 구입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큰 걱정은 단 하나였습니다.

"이거 진짜 맞나요?"

고가의 상품을 매장에서 보지않고 온라인에서 구매하다보니 가격보다 정품 여부를 더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쇼핑몰 이름부터 신뢰를 주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이름이 오리**워치였습니다.

이름 그대로,

'우리는 정품만 판매합니다.'

그 약속을 쇼핑몰 이름에 담았습니다.

당시 인기를 끌던 플*이워치 같은 전문 쇼핑몰도 많이 벤치마킹했습니다.

어떤 브랜드가 잘 팔리는지,

고객들은 어떤 모델을 찾는지,

사이트는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하나씩 배우며 오리지날워치를 만들어 갔습니다.


잘 모르던 시계를 주문받으며 배웠습니다

사실 처음부터 시계를 잘 알았던 것은 아닙니다.

지금 생각하면 잘 알지도 못하는 아이템을 어떻게 그렇게 겁도 없이 시작했는지 저 자신도 신기합니다.

저는 늘 새로운 일이 생기면 '일단 해보자.'는 생각부터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시계는 생각보다 훨씬 전문적인 분야였습니다.

처음 고객들이 전화로 문의하면 무슨 말을 하는지 잘 알아듣지도 못했습니다.

무브먼트가 오토매틱인지 쿼츠인지,

크로노그래프가 무엇인지,

문페이즈는 어떤 기능인지,

다이얼과 베젤은 무엇이 다른지,

용두는 어떤 방식인지,

방수는 몇 기압인지.

처음에는 정말 하나도 몰랐습니다.

낮에는 주문을 받고 고객 상담을 했고,

밤에는 카탈로그와 제품 설명서를 보며 공부했습니다.

모르는 내용이 나오면 공급처에 다시 전화해 확인했고, 고객에게 설명하기 위해 메모까지 하며 하나씩 익혀 나갔습니다.

그렇게 주문을 받으며 공부했고,

공부하면서 다시 주문을 받았습니다.

어느 순간 고객이 모델명만 말해도 어떤 시계인지 바로 떠오를 정도가 되었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저는 전문가가 된 후 사업을 시작한 것이 아니라,

사업을 하면서 전문가가 되어 갔던 것 같습니다.


어떤 시계가 가장 잘 팔렸을까

소비자들의 취향은 생각보다 분명했습니다.

세이코와 시티즌은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시계였습니다.

등산이나 아웃도어 활동을 즐기는 사람들은 순토와 루미녹스를 많이 찾았습니다.

그리고 가장 많이 판매된 브랜드는 티쏘와 해밀턴이었습니다.

특히 해밀턴 재즈마스터 오토매틱은 남성들의 국민 입문 시계라고 불릴 만큼 인기가 대단했습니다.

명품 시계 시장은 또 다른 세계였습니다.

태그호이어, 오메가, 까르띠에 같은 시계는 금액이 워낙 크다 보니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긴장했습니다.

고객들도 가장 먼저 물었습니다.

"정말 정품 맞나요?"

그 질문은 하루에도 몇 번씩 들을 정도였습니다.

특히 예물시계로 구입하는 고객들이 많았습니다.

여성 고객 가운데는 승무원들도 꽤 계셨습니다.

처음에는 해외를 자주 다니는 분들이 왜 직접 사 오지 않고 저에게 주문하는지 궁금했습니다.

나중에 보니 해외에 나간다고 해서 원하는 모델을 언제든 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인기 모델은 오히려 구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았고, 저는 미국 현지 공급망을 통해 그런 모델들을 구해 드릴 수 있었기 때문에 꾸준히 주문이 이어졌던 것 같습니다.


사업 방식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주문이 들어오면 저는 먼저 각 공급처에 필요한 모델을 전화로 주문해 두었습니다.

그러면 일주일에 한 번 LA 브로드웨이 7가로 가기만 하면 제가 주문한 시계들이 이미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예전처럼 백화점을 몇 시간씩 돌아다니며 재고를 찾을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사업이 이렇게도 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시 브로드웨이 7가는 병행수입 시계 도매상들이 모여 있는 곳이었습니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한*워치와 변*워치,

중국계 도매상,

인도인이 운영하던 KC워치,

유대인이 운영하는 시계 도매점까지 다양한 공급처가 한곳에 모여 있었습니다.

돌아다니지 않아도 한곳에서 필요한 물건을 한 번에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은 저에게 정말 신세계였습니다.

하지만 시계를 구입한다고 해서 바로 차에 싣고 돌아올 수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특히 명품시계는 검수부터 긴장의 연속이었습니다.

새 제품을 주문해 받는 경우도 있었지만 이미 매장에 들어와 있던 제품을 구입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베젤과 유리에 흠집은 없는지,

시곗줄과 버클에는 스크래치가 없는지,

용두는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외관에 작은 찍힘은 없는지 하나하나 꼼꼼하게 확인했습니다.

수백만 원짜리 시계는 아주 작은 흠집 하나도 고객에게는 큰 문제가 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검수를 마친 시계는 차 안에서 다시 하나하나 정성껏 포장했습니다.

인보이스는 미리 집에서 다 작성해서 물건과 함께 통관사로 보내고 물건안에도 넣었습니다. 

정해진 시간에 맞춰 GPS에 맡기면 시계는 한국으로 출발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종로에 있던 오빠가 물건을 받아 고객별로 분류해 배송했습니다.

시계는 의류와 달리 A/S가 중요한 상품이었기 때문에 오빠가 종로 시계수리점들과 연결해 수리까지 맡아주었습니다.

판매 대금은 미제다 때부터 이용하던 로스코리아를 통해 달러로 정산받았습니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오리지날워치는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무엇보다 의류처럼 매일 새로운 상품을 등록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한 번 등록한 인기 모델은 오랫동안 꾸준히 판매됐습니다.

병행수입 방식이었기 때문에 당시 해외구매대행 시장의 가격 경쟁에서도 비교적 자유로웠고 마진도 훨씬 안정적이었습니다.

무엇보다 백화점을 하루 종일 뛰어다니던 사업에서 공급망을 관리하는 사업으로 바뀌었다는 점이 가장 큰 변화였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이 사업은 오래할 수 있겠다.'

라는 희망을 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사업이 커질수록 위험도 함께 커졌습니다.

특히 고가의 명품시계는 배송 한 번의 실수가 수백만 원의 손실로 이어질 수 있는 상품이었습니다.

그 사실을 저는 곧 뼈저리게 경험하게 됩니다.


창업 노트 #13

돌이켜보면 저는 시계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시대의 변화를 선택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배웠습니다.

사업은 용기만으로 되는 것도 아니고, 공부만으로 되는 것도 아닙니다.

모르는 분야라도 과감하게 시작하는 용기와, 시작한 뒤 누구보다 치열하게 배우려는 자세가 함께 있어야 비로소 성장할 수 있습니다.

그때의 저는 시계를 팔면서 동시에 시계를 배우고 있었습니다.

그 과정이 결국 저를 새로운 사업으로 이끌었습니다.


다음 이야기

온라인에서 시작한 작은 쇼핑몰은 어느새 고객들이 직접 찾아오는 브랜드가 되어 있었습니다.

종로 봉익동 디아망에 첫 매장을 열고, 줄을 서서 시계를 구입하던 사람들, 예물시계를 고르던 수많은 커플, 그리고 돈 세는 기계가 쉴 새 없이 돌아가던 오리지날워치의 전성기.

다음 이야기에서 그 뜨거웠던 시절을 들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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