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를 수백 개 팔았는데 왜 돈이 없었을까? 재고와 현금흐름 이야기 [OUR K STORY #16]

디아망 오리지날워치 매장과 고급 시계 진열장. 매출은 늘었지만 통장이 비어갔던 시계 사업의 현금흐름과 재고 관리 이야기를 담은 OUR K STORY 블로그 썸네일.



OUR K STORY #16

오리지날워치의 주문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었습니다.

홈페이지를 보고 연락하는 고객이 생겼고, 디아망 매장으로 직접 찾아오는 손님도 있었습니다. 티쏘와 해밀턴 같은 대중적인 브랜드부터 오메가, 태그호이어, 브라이틀링 같은 고가 시계까지 고객들이 찾는 제품도 다양했습니다.

하루에 여러 개의 시계가 팔린 날에는 온종일 뿌듯했습니다.

고객 상담을 하고, 결제를 받고, 제품을 포장해 보내며 우리 사업이 탄탄하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믿었습니다. 늘어나는 매출은 성공을 보여주는 확실한 증거처럼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분명히 시계는 끊임없이 팔리고 매출도 늘고 있었는데, 통장 잔고는 늘 바닥을 보였습니다.

도대체 시계를 이렇게 많이 팔았는데, 그 돈은 모두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요?

막상 미국에 다음 제품을 주문하려고 하면 사용할 수 있는 현금이 없었습니다. 매출만 보면 분명 돈이 많이 남아 있어야 하는데, 현실의 저는 늘 자금 압박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화려한 진열장 뒤에 묶여 있던 현금

시계 사업은 주문이 들어온 뒤에만 제품을 구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기 어려웠습니다.

고객들은 늘 물었습니다.

“이 시계 지금 바로 받을 수 있나요?”

“이번 주 안에 선물해야 하는데 재고가 있나요?”

“오늘 결제하면 언제 받을 수 있나요?”

고객들은 오래 기다려주지 않았습니다.

마음에 드는 시계를 찾았더라도 재고가 없으면 미련 없이 다른 쇼핑몰로 이동했습니다. 결국 잘 팔리는 인기 모델은 미리 준비해 두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시계 한 점의 가격은 결코 가볍지 않았습니다.

수십만 원짜리 시계 열 개만 준비해도 큰돈이 묶였습니다. 오메가나 브라이틀링 같은 고가 시계는 몇 점만 들여놓아도 상당한 자금이 재고로 바뀌었습니다.

매장 진열장은 날이 갈수록 화려하고 풍성해졌습니다.

하지만 진열장이 화려해질수록 통장의 현금은 줄어들고 있었습니다. 진열장 안에서 빛나고 있던 시계들은 결국 통장에서 빠져나간 제 돈이었습니다.

그때는 재고가 많을수록 든든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재고는 팔리기 전까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는 돈이었습니다.

여기에 인터넷 시계 쇼핑몰이 늘어나면서 가격 경쟁까지 심해졌습니다. 단 몇만 원 차이로 주문이 경쟁 업체로 넘어가는 일이 생겼습니다.

고객을 놓치지 않기 위해 가격을 낮추면 판매는 할 수 있었지만 마진은 줄었습니다.

고가 시계 한 점이 반품되는 날에는 상황이 더 어려워졌습니다.

카드 수수료와 배송비가 발생했고, 판매됐던 시계는 다시 재고가 되었습니다. 포장이 훼손되거나 착용 흔적이 생기면 새 상품과 같은 가격으로 다시 판매하기도 어려웠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숫자, 환율과 카드 정산

미국에서는 달러로 시계를 구입하고, 한국에서는 원화로 판매했습니다.

따라서 환율은 사업의 이익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였습니다.

제품 가격을 계산할 때 예상했던 환율과, 한국 카드사의 실제 결제일에 적용된 환율이 달라지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환율이 조금만 올라도 제품의 실제 구입 원가는 바로 높아졌습니다.

그렇다고 이미 가격을 안내한 고객에게 환율이 올랐으니 돈을 더 내달라고 할 수는 없었습니다. 결국 환율이 오른 만큼 제가 예상했던 이익이 줄었습니다.

저는 매일 환율 차트를 확인하며 긴장 속에서 살았습니다.

그때 생긴 습관 때문인지 지금도 환율의 움직임에 민감합니다. 한국과 미국을 연결해 사업하는 사람에게 환율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하루의 수익을 바꾸는 현실이었습니다.

카드 매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고객이 카드로 결제했다고 해서 그 돈이 바로 통장에 들어오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카드 수수료가 차감됐고, 결제대금이 정산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사이 미국에서는 다음 시계를 구입해야 했습니다.

아직 통장에 들어오지 않은 카드 매출과 당장 필요한 제품 구매 자금 사이에는 자금 공백이 생겼습니다.

주문량이 적을 때는 그 공백을 어떻게든 메울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주문이 늘어날수록 필요한 구매 자금도 커졌고, 현금 흐름은 더욱 빠듯해졌습니다.

매출은 계속 발생했지만 정작 사용할 수 있는 현금은 부족했습니다.


통장에 들어온 돈에는 이미 갈 곳이 정해져 있었다

오리지날워치의 통장에는 계속 돈이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그 돈에는 모두 주인이 따로 있는 것 같았습니다.

일부는 미국에서 새 시계를 구입할 돈이었습니다.

일부는 관세와 세금을 낼 돈이었습니다.

일부는 매장 임대료와 카드 수수료, 배송비로 나갈 돈이었습니다.

혹시 모를 반품과 환불에 대비해 남겨두어야 할 돈도 있었습니다.

통장에 잔액이 있다고 해서 제가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돈은 아니었습니다.

당시 사업 자금과 생활 자금의 경계를 명확하게 나누지 못했던 것도 문제였습니다.

한국에서 생활하는 비용이 필요했고, 미국에 있는 가족에게 보낼 돈도 필요했습니다. 치매가 깊어지고 있던 엄마를 돌보는 데에도 비용이 들었습니다.

사업에서 돈이 들어오면 여러 곳에서 그 돈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통장에 큰 금액이 오가는 것을 보며 제가 많은 돈을 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실제 비용을 하나씩 빼보면 남는 돈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습니다.

여기에 결정적인 이유가 하나 더 있었습니다.

제가 한국에서 시계 사업을 운영하는 동안 남편은 미국에서 의료기 사업을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종로의료기를 운영했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 부부는 미국에서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미국 시장은 한국과 전혀 달랐습니다.

사업이 자리 잡기까지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남편이 운영비가 부족하다고 하면 저는 한국에서 돈을 보냈습니다.

“잠시만 도와주면 금방 자리를 잡을 거야.”

저도 그렇게 믿었습니다.

한국에서 시계를 팔아 번 돈을 미국 의료기 사업에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 ‘잠시’는 생각보다 길어졌습니다.

한국에서 시계를 팔아 돈이 들어오면 다시 재고를 구입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그 돈의 일부가 미국으로 건너가니 한국 사업의 자금은 다시 부족해졌습니다.

부족한 자금을 채우기 위해 더 많이 판매해야 했고, 판매가 늘어나면 더 많은 재고가 필요했습니다.

돈은 쉬지 않고 움직였지만 어느 곳에도 충분히 쌓이지 않았습니다.


제가 없으면 돌아가지 않는 사업

현금흐름만큼이나 큰 문제는 모든 업무가 저 한 사람에게 집중되어 있었다는 점이었습니다.

저는 미국 영주권을 유지해야 했기 때문에 한국에 계속 머물 수는 없었습니다.

일정 기간 한국에서 매장을 운영한 뒤에는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야 했습니다.

한국을 떠날 때마다 마음이 불안했습니다.

당시 오리지날워치는 고객 상담과 가격 결정, 제품 검수, 포장, 배송, 반품 처리까지 대부분의 일이 제 손을 거쳐야 했습니다.

비용을 아끼려고 제가 직접 많은 일을 처리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제가 자리를 비우면 사업 전체가 느려졌습니다.

한국에서는 사업과 엄마가 저를 기다렸고, 미국으로 돌아가면 남편과 아이들이 저를 기다렸습니다.

한국에 있으면 미국의 가족이 걱정됐고, 미국에 있으면 한국의 매장과 엄마가 걱정됐습니다.

어디에 있든 마음은 늘 반대편을 향해 있었습니다.

주문이 늘어날수록 불안도 커졌습니다.

더 많은 돈이 재고에 묶였고, 환율과 세금, 배송과 반품에 대한 책임도 무거워졌습니다.

매장 진열장 안에서 빛나는 수많은 시계가 어느 순간부터는 모두 제가 책임져야 할 돈으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사업이 잘되고 있다는 착각이 가장 무서웠다

지금 돌아보면 저는 왜 매출을 늘리는 데만 집중하고, 돈이 실제로 남는 구조인지는 더 일찍 살펴보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가장 큰 이유는 이미 시작한 사업이 아까웠기 때문입니다.

홈페이지를 만들었고, 매장을 열었습니다.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했고, 고객도 생겼습니다. 주문이 계속 들어왔고 매출도 늘고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겉으로 보기에는 사업이 잘되고 있었습니다.

매장에는 고가의 시계가 가득했고, 주변 사람들은 제가 성공적으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저 역시 조금만 더 버티고 체계를 갖추면 모든 것이 좋아질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배송이 불안하면 배송 방법을 바꾸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가격 경쟁이 심해지면 더 좋은 구매처를 찾으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현금이 부족하면 더 많이 판매해 메우면 된다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하나가 아니었습니다.

재고와 환율, 세금과 가격 경쟁, 카드 정산과 반품, 그리고 한국과 미국으로 나뉜 자금 구조가 거미줄처럼 얽혀 있었습니다.

하나를 해결하면 또 다른 문제가 생겼습니다.

사업 구조 전체를 다시 보지 않는 한 근본적인 해결은 어려웠습니다.


창업노트 #16

사업을 하면서 가장 늦게 배운 것이 있습니다.

매출은 사업이 잘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할 수 있지만, 회사를 실제로 지켜주는 것은 현금의 흐름이었습니다.

통장에 얼마가 들어왔는지가 아니라, 재고와 세금, 수수료와 운영비를 모두 제외한 뒤 실제로 얼마가 남는지를 알아야 했습니다.

특히 수익이 충분하지 않은 사업을 다른 사업의 돈으로 계속 메우기 시작하면 결국 두 사업 모두 흔들릴 수 있습니다.

오래가는 사업은 많이 파는 사업이 아니라, 번 돈이 막히지 않고 다시 돌아오는 사업이었습니다.


다음 이야기

오리지날워치는 겉으로 보기에는 계속 성장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조금만 더 버티면 모든 것이 안정될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시계 수입과 관련해 예상하지 못한 연락을 받았습니다.

그 연락은 제가 지금까지 해오던 수입 방식과 사업 구조를 처음부터 다시 돌아보게 만들었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세관의 연락을 받은 뒤 오리지날워치를 정리하고, 바*워치로 다시 시작하게 된 과정을 이야기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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