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관 조사를 받은 날, 병행수입 시계 사업의 기본을 다시 배우다 [OUR K STORY #17]
OUR K STORY #17
세관에서 걸려온 연락
오리지날워치는 점점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수입과 관련해 확인할 내용이 있으니 세관으로 방문해 달라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습니다.
‘내가 뭘 잘못한 걸까.’
‘혹시 앞으로 장사를 계속하지 못하게 되면 어떡하지.’
사업을 하면서 처음 느껴보는 두려움이었습니다.
세관으로 향하는 지하철 안에서 저는 정말 토할 것 같았습니다.
손에는 식은땀이 났고 심장은 계속 뛰었습니다.
‘오늘이라는 날이 그냥 없어졌으면 좋겠다.’
그 생각밖에 나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그날을 떠올리면 지하철 안의 공기와 제 심장 소리까지 기억나는 것 같습니다.
세관 조사실의 공기는 생각보다 부드러웠고 조사관은 친절하셨습니다.
하지만 담당자와 수입 내역과 관련 서류를 하나씩 확인하며 필요한 설명과 소명 절차를 진행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저는 사업 규모가 커졌음에도 통관과 세무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는 사실을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필요한 절차를 모두 마치고 세관을 나왔을 때는 긴장이 한꺼번에 풀려 다리에 힘이 빠질 정도였습니다.
15년이 지난 지금은 당시 어떤 서류를 제출했고 어떤 절차를 거쳤는지 모두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히 기억합니다.
그날은 제 사업 인생의 큰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세관에서 돌아온 뒤 저는 며칠 동안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사업은 단순히 물건을 많이 파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몸소 실감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이 일을 하려면 사업의 구조와 운영 방식을 조금 더 체계적으로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리지날워치를 정리하고 다시 시작하다
저는 개인사업자였던 오리지날워치를 정리하고 새로운 이름으로 다시 시작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회사가 주식회사 바*워치였습니다.
새로운 사업자를 만들고 홈페이지를 정리하고 고객들에게 새로운 상호를 알리는 일까지 하나하나 다시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쌓아온 오리지날워치의 이름을 내려놓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검색을 통해 들어오는 고객도 있었고, 이미 오리지날워치를 알고 찾아오는 단골도 생긴 뒤였습니다.
상호가 바뀌면 고객들이 혼란스러워하지 않을까 걱정도 되었습니다.
‘고객들이 새로운 이름을 믿어 줄까?’
하지만 예상과는 다른 일이 일어났습니다.
고객들은 오히려 바*워치를 더 신뢰해 주었습니다.
‘주식회사’라는 이름이 만들어준 신뢰
고가의 시계는 단순히 가격만 보고 구매하는 상품이 아니었습니다.
수백만 원을 결제하는 고객들은 무엇보다 판매자를 믿을 수 있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온라인에서는 판매자의 얼굴을 직접 볼 수 없습니다.
홈페이지에 올라온 사진과 설명, 전화 상담만으로 적지 않은 금액을 결제해야 했습니다.
그만큼 고객들은 이 업체가 믿을 만한 곳인지, 제품을 받은 뒤에도 책임 있게 응대해 줄 곳인지를 꼼꼼하게 살폈습니다.
‘주식회사 바*워치’라는 이름은 고객들에게 생각보다 큰 신뢰를 주었습니다.
단순히 개인이 운영하는 작은 인터넷 쇼핑몰이 아니라, 시계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회사라는 인상을 준 것 같습니다.
물론 주식회사라는 이름만으로 신뢰가 만들어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고객의 문의에 성실하게 답하고, 제품의 상태와 보증 조건을 정확하게 안내하며, 문제가 생겼을 때 피하지 않고 해결하려고 했던 시간이 함께 쌓였습니다.
주문은 이전보다 더 늘어났습니다.
소개를 받고 찾아오는 고객도 많아졌고, 한 번 구매한 고객이 가족이나 지인을 소개해 주는 일도 점점 늘어났습니다.
하지만 고객들이 바*워치를 믿고 다시 찾은 데에는 또 하나의 중요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바로 A/S였습니다.
시계는 판매가 끝이 아니었습니다
시계는 옷과 달랐습니다.
옷은 사이즈가 맞지 않으면 교환하면 되지만, 시계는 몇 년이고 사용하는 제품입니다.
배터리를 교체해야 할 수도 있고, 시곗줄 길이를 조절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사용하다 보면 시간이 맞지 않거나 작은 부품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고, 유리나 용두처럼 수리가 필요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특히 온라인 쇼핑몰에서 시계를 구매하는 고객들이 가장 많이 걱정한 것은 A/S였습니다.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어디에서 수리해야 하나요?”
“시곗줄도 줄여 주시나요?”
“고장이 나면 바*워치에서 처리해 주나요?”
이런 질문을 정말 많이 받았습니다.
당시 저희가 판매한 병행수입 시계도 브랜드와 제품에 따라 국내 공식 서비스센터나 백화점 A/S 접수처를 통해 수리를 진행했던 경우가 많았습니다. 저희는 고객의 시계를 대신 접수하고 수리가 끝나면 다시 찾아와 전달해 드리기도 했습니다.
병행수입 시계의 A/S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별도의 글에서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고객들이 가장 만족했던 것은 빠른 응대였습니다.
그때 가장 든든한 사람이 바로 오빠였습니다.
오빠는 고객들이 가져온 시계를 하나하나 확인하고, 시곗줄을 줄이거나 제품 상태를 점검하는 등 바로 처리할 수 있는 일은 직접 신속하게 해결해 주었습니다. 추가 점검이나 수리가 필요한 경우에도 고객이 오래 기다리지 않도록 끝까지 챙겨주었습니다.
고객의 입장에서는 시계를 판매한 뒤 연락이 끊기는 곳이 아니라, 문제가 생겼을 때 언제든 찾아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있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큰 안심이었습니다.
고객들은 점점 바*워치를 믿기 시작했습니다.
“여기는 판매만 하는 곳이 아니라 구입한 뒤에도 끝까지 책임지는 곳이구나.”
그 신뢰는 어떤 광고보다 강했습니다.
한 번 구매한 고객이 다시 찾아왔고, 가족과 지인에게 바*워치를 소개해 주었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바*워치의 가장 큰 경쟁력은 단순히 저렴한 가격이 아니었습니다.
정품을 판매한다는 믿음, 구입 후에도 믿고 찾아올 수 있는 A/S, 그리고 고객의 불편을 끝까지 함께 해결하려는 마음이 바*워치를 다시 찾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오빠가 담당해 준 A/S는 바*워치가 성장할 수 있었던 중요한 기반이었습니다.
남의 판매가격만 따라갔던 실수
고객의 신뢰를 쌓아가면서 저는 또 하나 중요한 사실을 배웠습니다.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정확한 숫자를 이해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원가에 대한 생각도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당시 인터넷에는 같은 모델의 시계를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업체가 많았습니다.
고객들은 여러 홈페이지를 비교한 뒤 가장 저렴한 곳을 찾았습니다.
저 역시 다른 업체의 판매가격을 보며 생각했습니다.
‘다들 이 가격에 판매하는데 손해를 보면서 팔지는 않겠지.’
그래서 시장에 올라온 가격을 기준으로 우리 판매가격을 결정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남의 가격만 보고 내 사업을 판단한 것이 가장 큰 실수였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판매가격은 알 수 있어도 그 업체가 제품을 어떤 조건으로 공급받는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한 번에 얼마나 많은 물량을 구매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운송하는지, 매장과 인력을 어떻게 운영하는지도 밖에서는 알 수 없었습니다.
같은 시계를 같은 가격에 판매한다고 해도 각 업체가 부담하는 실제 비용은 모두 다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남의 판매가격은 보여도 남의 원가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상품 구입 가격이 전부가 아니었습니다
예전에는 미국에서 얼마에 구입했고 한국에서 얼마에 판매했는지만 계산했습니다.
두 금액의 차이가 곧 이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사업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습니다.
원가는 상품 구입 가격 하나로 끝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먼저 미국에서 시계를 구입하는 비용이 들었습니다.
여기에 미국 내 배송비와 국제배송비, 환율 변동, 통관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과 세금이 더해졌습니다.
판매 후에는 카드 결제 수수료, 국내 배송비와 포장비, 광고비, 홈페이지 운영비도 계속 발생했습니다.
제품이 오래 팔리지 않으면 재고 부담이 생겼고, 교환이나 반품이 발생하면 추가 비용도 감당해야 했습니다.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면서는 임대료와 관리비도 빼놓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시계는 판매가 끝난 뒤에도 A/S와 고객 관리가 이어졌습니다.
결국 원가는 상품을 구입한 가격이 아니라, 고객에게 판매하고 사후 관리까지 마칠 때 들어가는 모든 비용의 합이었습니다. 그 모든 비용을 제외하고 남는 금액이 비로소 진짜 이익이었습니다.
창업노트 #17
이번 일을 겪으며 저는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다시 배웠습니다.
매출이 많다고 반드시 좋은 사업은 아닙니다.
남들이 얼마에 판매하는지를 따라가는 것도 정답이 아닙니다.
사업은 내 원가를 정확히 알고, 모든 비용을 계산한 뒤에도 이익이 남는 구조를 만드는 것입니다.
원가는 상품 구입 가격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운송비와 환율, 세금, 결제 수수료, 포장비, 반품 비용, 재고 부담, 광고비와 운영비까지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 들어가는 모든 비용을 함께 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시계처럼 오래 사용하는 제품은 판매 후의 A/S와 고객 관리까지 사업의 중요한 부분입니다.
좋은 제품을 판매하는 것만으로는 고객의 신뢰를 얻을 수 없습니다.
문제가 생겼을 때 얼마나 빠르고 책임감 있게 대응하는지도 결국 브랜드의 가치가 됩니다.
15년이 지난 지금도 창업을 준비하는 분들께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사업은 결국 남의 숫자가 아니라, 내 숫자를 정확히 아는 사람이 오래 이어갈 수 있습니다.
다음 이야기
한국에서는 바*워치가 점점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습니다.
고객들의 신뢰가 쌓였고, 소개를 통해 찾아오는 손님도 계속 늘어났습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또 다른 도전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민 초기, 남편은 미국 가든그로브에서 '종로메디칼서플라이'를 새롭게 시작했습니다.
한국에서 성공했던 의료기 사업을 미국에서 다시 만들어 보겠다는 도전이었습니다.
매장 자리를 알아보고 계약한 뒤 간판을 달고, 판매할 의료기 제품을 하나씩 채워 넣었습니다.
세무사의 도움을 받아 미국에서 사업체를 설립하고, 매장을 운영하기 위해 필요한 등록과 서류도 준비했습니다.
모든 것이 새로운 시작이었습니다.
저희는 제품을 잘 알고 있고 한국에서 성공한 경험도 있었기 때문에 미국에서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가게 문을 열고 나서야 미국의 의료기 시장이 한국과 전혀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다음 이야기에서는 남편이 가든그로브에 매장을 얻고 세무사의 도움을 받아 미국 사업체를 창업했던 과정, 그리고 종로메디칼서플라이의 문을 열기까지의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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